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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제2·제3의 석보욱 목사와 이별하기 전에

중앙일보 0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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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한인 인구가 3~4만일 때. 대략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동네 분위기’는 아기자기했다. 식당이나 교회에 가면 아는 사람 만나 인사하기 바빴고, 새로 정착하는 한인들을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드 타이머’들이 왕성하게 활동했기에 새로 정착한 한인들이 도움을 받고, 그들로부터 ‘옛날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인 인구가 10만을 넘어 15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식당이나 교회에 가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한인 커뮤니티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굳이 ‘올드 타이머’들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먹고 살고, 즐기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달라스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들도 이제는 생계 현장의 주역으로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그들 역시 한인 역사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달라스 초기 한인 이민역사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석보욱 목사가 타계했다. 왠만한 한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달라스에 모여 살던 한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한 인물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언젠가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한인사회의 옛이야기들도 끊길 것이다. 그렇기에 달라스 한인사회의 역사를 보존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역사를 보존하는 일 중 하나는 그 역사가 언제 시작했느냐를 규정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달라스의 모 라디오 방송국이 이 같은 일을 해 일부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언론의 역할은 했지만, 절차와 방법이 부적절 했고 그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한인 이민역사를 당시 기준으로 50주년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선 2014년 달라스에 거주하던 한인 신기해씨는 <달라스 초기 한인 이민사>라는 책을 편찬했다. 그는 고 석보욱 목사를 포함해 생존해 있던 ‘올드 타이머’들을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해 한인사회의 발자취를 추적했다. 그 결과 1915년 달라스에 ‘한사윤’이라는 한인이 달라스(북텍사스)를 처음 방문했다는 기록도 확인했다. 신기해 씨는 1915년을 한인 이민역사의 시초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달라스 한인 이민역사가 50년이 아니라 100년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민영 언론사가 역사를 규정한다고 해서 그게 기정사실화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인사회에 가져다 줄 혼란은 피해야 한다. 또, 서툰 해석으로 역사가 잘못 재단되는 일도 막아야 한다.


이 이슈에 대한 ‘교통정리’는 한인사회의 대표 단체인 한인회가 나서야 한다. 제2, 제3의 석보욱 목사와 이별하기 전에, 한인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에 의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토니 채 | 텍사스중앙일보 편집국장 koreadailytx@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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