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목회칼럼]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침대부터 정리하라

중앙일보 0 286

이창한 목사 (휴스턴 늘푸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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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여러분의 침대부터 정리하라” 해군 제독 출신 맥레이븐(W. Mcraven) 총장이 몇 해 전 모교 텍사스 대학(UT)의 졸업식에서 졸업생과 학부모들에게 던진 도전이었다. 네이비씰 소대장에서 미 해군 특수전 사령관까지 오른 입지 전적인 그는 미국 내에서는 이미 유명해진 영웅이다. 그러한 그의 인생에도 처절한 삶의 치열함을 이겨 내는 자신만의 비결은 작은 것 하나부터 질서를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생활의 중심은 자의반 타의 반(?) 가정이 생활의 주 무대가 되었다. 당장,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 (직장인) 부모들의 재택근무, 병원의 전화 방문 등으로 생활 형태가 판이하게 달라졌을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 그 자체가 귀한 발걸음이 되었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10세 이상의 자녀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27분도 안 된다는 보고는 미국이나 서유럽보다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화적인 차이를 감안 하더라도 현 사태의 고립적이고 밀착적인 가정으로의 중심 이동은 심각한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예배 체제가 가정으로 이동됨에 따라 그간의 형식이나마 지키려고 노력했던 교인(church Christian)이 신앙의 낭인이 되는 안타까운 사례도 늘고 있다. 녹화된 예배 영상은 바쁜 일상 이후로 미루며, 최소한의 예배 순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초대 교회의 ‘위기적 핍박’이 ‘위대한 선교’로 전환된 근본적인 이유는 유대 지역이든 사마리아 땅끝이든 흩어진 디아스포라의 예배 정신이었다. 거룩한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요4:24)와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서조차 하나님이 계시는 임재의식은(마18:20) 위기적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가정에서 굳건하게 서는 예배자의 모습은 태초 에덴에서의 본질적인 가정예배다. 온 가족이 거룩한 성가대가 되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찬양을 주고받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는 현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나님이 창조한 가정의 모습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설정한 곳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로의 필요만 채우는 원시적 공동체로 남아 있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일상 복귀는 그 이전과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교회도 변화되어야 하고 가정도 변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의 사태가 ‘위대한 도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위대한 그리스도인이 되길 소원한다. 지금껏 교회가 외쳤던 “예배당에만 온다고 모두 구원받는 것은 아니다”의 본질적인 의미를 실천해볼 만만한 기회다. 그동안 알면서도 등한시했던 가정에서 말이다. 칼 라너(Karl Rahner)가 ‘아노니메 크리스텐(Anonyme Christen-무명의 그리스도인)’ 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허황된 큰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진실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빌라델비아 주님께 교회가 칭찬받은 이유는 일의 규모가 아니라 작은 능력으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도다”(계 3:8). 큰 것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현대 교회의 모든 꿈과 비젼이 가정으로 그리고 소소한 일상으로 전환된 지금 디아스포라(흩어진 자)의 역사는 여전히 전개되고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를 이미 아시는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만들어 주신 가정은 작은 단위지만 가장 큰 위대함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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