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마음 큰 잔치”

정만진 0 36

268cfa8cba121b86e7b75914d861ec6d_1573229418_99.jpg
 

올해로 35년째를 맞은 ‘한마음 큰 잔치’가 지난 3일 휴스턴 한인 천주교회에서 열렸다.

쾌청한 가을 날씨 아래 조용하기만 하던 성당 앞마당이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로 변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행사장에 울려 퍼지는 흥겨운 노랫소리와 함께 웃음꽃이 만발하고 꼬치 불고기 굽는 냄새와 빈대떡과 수수부꾸미를 부치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그 옛날 고향에서 먹던 음식을 맛보면서 서로의 따뜻한 정情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오에 시작한 ‘한마음 큰 잔치’는 오후 1시부터 휴스턴 농악대가 잔치마당을 돌며 상쇠의 꽹과리 장단에 맞춰 장구와 북을 치면서 한껏 흥을 돋은 후에 친교관에 입장하는 Opening으로 본격적인 공연들이 시작됐다. 고 베드로 주임신부님은 ‘아무쪼록 저희가 준비한 다양한 행사와 음식을 통해 고국 생각으로 위안이 된다면 저희에게는 큰 보람이 될 것입니다. 기쁨을 나누어 두 배로 하고, 슬픔을 나누어 반으로 만드는 마음으로 저희가 준비한 오늘 이 잔치에 넉넉함으로 베풀고 우정으로 더욱더 풍성해지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인사를 했다.

행사장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텐트 안에 차려진 장터마당 음식부스와 주변 잔디밭에서는 고향 음식을 나누며 지인들과 자유롭게 담소를 나눌 수 있고, 친교관 안에서는 테이블에 앉아 먹거리를 나누면서 다양한 무대공연을 즐기는 것이다. 그 외 주차장에 설치한 문 워크 놀이기구는 주일학교 또래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다. 이날의 공연은 사회자의 재치 있는 진행과 중간중간 경품 추첨 행사를 통해 65인치 대형 스마트 TV 등 푸짐한 상품도 전달하며 흥을 돋우었다.

 

이연화 무용단의 화관무, 부채 산조 및 신나는 난타 공연과 월드챔피언 태권도 팀의 신나는 태권도 시범이 있었고, 휴스턴 라인댄스팀의 라인댄스 공연도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는데 참석자들은 어깨 춤으로 장단을 맞추고 아낌없는 박수로 출연자들을 격려했다. 작년에 호응이 적었던 마술 쇼가 빠져서 어린이들이 아쉬워했지만, 새로 소개한 빙고게임이 남녀노소 많은 호응을 받았고, 평소 알지 못했던 신자들의 숨은 장기와 끼를 마음껏 뽐낸 노래자랑을 끝으로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이날 행사의 먹거리들은 신자들이 직접 만들어 준비한 된장, 깻잎장아찌, 오징어젓, 새우젓, 무말랭이, 떡볶이, 수수부꾸미, 마늘 고추장, 동그랑땡, 해물파전, 꼬치 불고기, 김밥, 호떡, 소떡 소떡, 길거리 토스트, 수육, 도토리묵 무침, 빈대떡, 족발, 순대, 장터국수, 어묵, 붕어빵, 국화빵, 스노 콘, 막걸리와 맥주, 냉커피 등을 판매했는데, 특히 성당 어르신의 비법과 손맛으로 담근 된장은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올해도 금방 동이 났다. 그리고 호떡과 붕어빵 및 수수부꾸미는 일상에서 맛보기 어려운 일미로 어릴 적 정겨운 고향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목회장 직분을 맡고있는 나는 ‘한마음 큰 잔치’가 진행되는 동안 장터 음식부스와 친교관을 부지런히 오가며 부족한 것은 없는지, 준비된 공연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살피느라 먹고 싶은 음식이 많은데도 다 먹어보지 못하고 바삐 돌아다녔다. 하지만 성당 교우들이 정성껏 준비한 고향의 맛을 보면서 웃음꽃이 만발한 즐거운 모습과 그동안 수고했다는 외부 손님들의 따뜻한 덕담에 피곤한 줄 모르고 뛰어다녔다.

이제는 천주교 성당 신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한인 동포들과 이웃 지역 외국인들도 함께하는 풍성한 축제 행사로 자리 잡아 마음이 뿌듯하다.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고 이웃과 사랑을 나눈다는 취지에서 매년 준비하는 ‘한마음 큰 잔치’가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지인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면서 정겨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노래자랑에 나가 친구들과 같이 부르던 노래도 부르며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는 큰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요즘은 80년대 ‘한마음 큰 잔치’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먹거리가 넘쳐난다. 주위에 한국 식당도 많이 있고, H-Mart 같은 대형 식품점이 있어서 손쉽게 한국 식품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외국인들에게 한류 문화와 먹거리를 소개하는 ‘코리안 페스티벌’도 열리지만, 이민 1세대와 1.5세대들이 지난날 고향에서 맛보던 정과 사람 냄새가 물씬 묻어나던 먹거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행사 후, 잔치에 오셨던 쉬는 교우 한 분이 장터국수 맛이 예전만 못했다는 귀한 말씀을 해 주셨다. 깊이 새겨야 한다.

올해 2019년 ‘한마음 큰 잔치’의 주제는 “주님 안에서 하나 되게 하소서”이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 수익금도 해외 선교 후원금으로 쓰인다. $5,000을 쾌척하신 어르신의 성금도 잘 받들겠다. 신자들이 각 구역별로 기도와 정성으로 메뉴를 선정하고 재료 준비와 음식을 만들면서 사랑과 우정으로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고 친교와 일치를 이루었음에 감사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신앙공동체가 되도록 힘써가겠다. 

0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